도토리묵
산행을 하다보니 도토리 풍년이다
며칠새 좀 강한 바람에 불더니 많이도 떨어져 있어
문득 '이것을 주어서 도토리 묵을 해 봐야겠다'는 욕심이 생겼다.
예전에 “도토리 가루를 사서 집에서 묵을 쑤어 먹었다”는 친구말이 불현 듯
생각난것이다
아내는 다람쥐 먹이라고 줍지 마란다.
세상에나 동물을 보호하는건 맞지만 "이렇게 많은 도토리를 다람쥐가
다 먹을수 있을까?" 진짜?" 하며 좀 빈정대듯 한마디하고
그말에 더는 아랑곳 하지 않고 줍기 시작했다
마침 아내가 바람막이를 입고 있어 그기에 담을 요량이였다
잠시 동안이였지만 완고했던 아내도 함께 공범자가 되어 따라 줍는다.
족히 3~4되는 주웠다
그러나 사용하지 않던 근육을 써서인지 온몸이 욱씬거려 온다
집으로 와 도토리를 세척하는것도 중노동이다.
체반에 담아 널어놓고 보니 좀 적은 듯하여 다음날은 큰봉지 넣은 등산백을
짊어지고 다시 도전하였다
전날과 마찮가지로 많은 양을 줍고 또 줍는 내내 허리를 비롯 안아픈 곳이
없을 지경인데도 줍는 재미에 푹 빠져 견뎌낸다
그렇게 또 2~3되를 주워 집으로 와 세척 후 건조를 위해 배란다에
널찍히 자리잡아 말린다.
그때 아내가 슈퍼 다녀오면서 방앗간 사장님께 도로리 얘기 했더니
건조 시키지 말고 빨리 빻아야 된다며 가지고 오란다
그냥 두면 벌레가 생겨 낭패본다하시면서.
부랴부랴 큰 소쿠리에 담아 방아간으로 갖고 갔더니 도토리에서 묵 만들기까지의
전 과정을 얘기 하주신다
그냥 방앗간에서 빻은 가루를 말려서 묵을 쑤면 된다 생각했던 나.
그게 아니란다
일단 3번을 빻고
그 가루를 미세한 구멍이 있는 자루에 담아
신속하게 너른 그릇에 물을 붓고 찌꺼기만 남을 때까지 치대며 빼내야하고,
그렇게 3~4번은 해야 도토리 앙금이 생긴단다
그리고 앙금이 가라 앉으면 3번의 물갈이를 해야되고
가루를 만들려면 또 부드러운 틈의 보자기 같은것을 깔고
앙금된 것을 통에 부어 물기를 빼야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난뒤 말리든,그냥 비닐봉지에 넣어 냉장 보관하든 해서
필요시 묵을 만들어라는 것이다
그러나 미세구멍의 큰 자루가 어디에 말인가?
내일은 이른 시간에 출근도 해야하는데 저녁 6시가 넘어가고 있다
부랴부랴 다이소에 가서 자루를 몇개 사와 대야에 물을 붓고, 자루에 담아 치대기
시작하니, 갈색 가루들이 마구마구 쏟아져 나온다
이 행위 또한 완전 중노동이며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4번을 치대고 앙금이 가라 앉기를,,,
기다림의 시간
이 그릇 저 그릇에 앙금 옮기길 3번, 5개의 통에서 1개의 통으로
모두 모으고 나니 23시가 넘었다
기상시간을 평소보다 10분을 일찍 맞춰 두고 새벽출근을 위해 취침한다
다음날 새벽 앙금된 윗물을 버리고 다시 물을 붓고 휘져어 놨다
아내보고 "퇴근후 한번 더 갈아 주라" 일러주고 난 집을 나왔다
순간 아내가 큰 통의 무게를 들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
그 와중에도 이틀 뒤 집에 오면 묵을 쒀야 겠다는 설래는 각오
그리고 맛이 기대 된다
사서 고생하는 듯 한 이 행위 자체도 즐겁다
그러나 모든 정리는 결국 아내 몫이다
미안한 마음이 든다